에이리언Ⅱ

탐정물이던, 공포물이건
가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쪽 다 범인의 모습을 숨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탐정물이면 당연히 그런 것이고,
인간이 아닌 미지의 생물체에 의한 공포라면
더더욱 그 생물체의 모습을 숨기고 신체의 일부만 보이다가
끝에가서 전신을 다 드러내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미지의 생물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에이리언Ⅰ에서도 이러한 것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그런데 속편인 에이리언즈, 국내명 에이리언Ⅱ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에이리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뻔히 다 알거든요.
숙주의 유전자에 영향을 받아 외형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남아 있으니까요.
그래서 에이리언Ⅱ는 에이리언Ⅰ과는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아에 대놓고 한 판 붙자는 거지요.
그래서 이쪽에서는 해병대가 동원되고,
저쪽에서는 에이리언 개떼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에이리언이 보기보다 영리하다는 것은 이번에도 드러납니다.
탐지기상으로는 방안으로 들어온 것인데 방안에는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천정을 들여다보니, 이미 천정이 점거당한 상태입니다.
미사일을 맞아도 끄떡없을 것 같은 단단한 장갑차에,
접근하는 것은 모조리 구멍을 내버릴 것 같은 총으로
거창하게 붙습니다.
이 점을 들어 이 영화가 밀리터리 취향의 전쟁물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멋진 무기와 차량들, 거친 해병들이 나오지만
이것이 밀리터리 전쟁물이라면
용감무쌍한 해병들이 에이리언을 남김없이 부수고 승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거든요.
해병대는 뛰어나지만 적을 우습게 보고 있고,
지휘관이 멍청해서 괴멸당하고 맙니다.
결국, 일을 해결하는 것은 전작에서 악의 하수인으로 나왔던 부류의
인조인간과 전작의 주인공 리플리입니다.
게다가 척 보기에도 에이리언 중에 최강으로 보이는
퀸 에이리언과 최후의 싸움을 벌인 것은
전투용 무기가 아니라 산업용 로더입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전쟁물이기는 하지만
밀리터리쪽은 아니라는 거지요.

에이리언Ⅰ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였다면
에이리언Ⅱ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쟁물입니다.
에이리언Ⅰ이 공포물이라고 속편도 공포물로 했다면
에이리언은 그저 그렇고 그런 공포물로 남았을 겁니다.
적절한 노선 변화가 에이리언 시리즈를 걸작의 반열로 끌어 올렸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선택은 세계관을 리얼하게 보이게 합니다.
왜냐하면
에이리언Ⅰ의 경우에
관객들은 에이리언이 어떤 생물인지 모른채로 영화관으로 갑니다.
리플리도 에이리언이 어떤 생물인지 모른채로 행성으로 내려갑니다.
에이리언Ⅱ의 경우에
관객들은 에이리언이 어떤 생물인지 알고 영화관으로 갑니다.
리플리도 에이리언이 어떤 생물인지 알고 행성으로 갑니다.

리플리에게 에이리언은 더 이상 미지의 생물체가 아닌 것처럼
관객에게도 에이리언은 더 이상 미지의 생물체가 아닌 겁니다.

리플리와 관객들이 같은 관점으로 에이리언을 바라보게 하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죄다 여자입니다.
주인공 리플리도 여자,
라스트 보스(퀸 에이리언)도 여자,
개척단 최후의 생존자도 여자.

by 영원제타 | 2005/10/17 11:32 | 감상 이야기:실사편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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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天照帝 at 2005/10/17 11:36
어차피 에일리언 2의 테마는 엄마와 엄마의 싸움이니까요.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5/10/17 12:18
2는 화끈한 액션물이라 1에 비해 매우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퀸의 등장도 멋졌고.
Commented by 렉스 at 2005/10/17 12:34
그래서 3편에서 그렇게 힘겹게 지켜낸 여자아이는 죽어있고...
보는 제가 다 절망했었죠.(에일리언 시리즈는 각각의 의미로 다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5/10/17 14:11
에일리언은 정말 감독들을 잘 만났습니다.
Commented by 장변푸우 at 2005/10/17 19:01
에일리언은 징그럽게 생겨서 무섭습니다.(헛소리마)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5/10/17 21:40
에일리언 2.... T2와 함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대표 걸작이죠.
개인적으로는 까놓고 말해 물렁물렁한 멜로드라마보다는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액션물을 좋아합니다. 하긴 이게 제 창작의 한계
의 원인이기는 합니다.-액션만 있고 심리묘사는 부족... 흘...-
Commented by 이준 at 2005/10/17 22:33
1. 에일리언의 특징은 졸작이건 명작이건 모두 감독의 색이 살아있다는 겁니다. 물론 제작자의 입김때문에 색이 확 죽은건 4편이고. 감독의 색이 너무 살아 있어서 관객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은게 3편이죠. 즉 작품의 면에서는 3편이 4편보다 걸작인 겁니다

2.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스(2편이 아니라 원래가 에일리언스죠)의 감독을 맡았다면 초특급 액션은 아니었을겁니다. 카메론이 만들었으니 그 정도 나오죠 --

3. 우리나라에서는 놀랍게도 2편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_-;; 2편의 인기로 뒤늦게 1편이 개봉되었다는게 전설이죠
Commented by 평범한시민 at 2005/10/17 22:46
어쩔 수 없지요,,, 에일리언은 원래 페미니즘 영화거든요..
(에일리언의 폭발적인 힘, 그 공격성 등은 남성을 상징합니다.. 그 흿뿌연 점액질의 침을 흘리는 머리의 형태라던가 등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런 남성을 무찌르는 건 여성 뭐 이런 식이죠.. 결국

여성은 강하다
Commented by 블랙 at 2005/10/17 22:54
이준// 우리나라에 2편이 먼저 들어오고 1편이 나중에 들어온 영화들이 드문건 아닙니다.(오스틴파워,가이버 같은 작품들이....)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5/10/18 19:00
天照帝님:에이리언이 한 마리가 나온다면 그 한 마리가 최종보스 역활도 하겠지만
떼거리로 나오는 이상 별격의 최종보스가 존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나온 것이 퀸 에이리언인데
이것이 '엄마 vs 엄마'를 위한 스토리였다면, 정말 최고군요 !

시대유감님:저도 2편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퀸은 특히나 하이힐이 멋졌습니다.

렉스님:여자 아이가 출연하지 않겠다니, 죽이는 수 밖에요.

계란소년님:에이리언의 이름값이 아닐까 합니다.

장변푸우님:재난급의 괴수니까요.

존다리안님:제가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으로 뽑는 것이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인데, 둘 다 제임스 카메론이니,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도 심리묘사는 못합니다. ^^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5/10/18 19:02
이준님:
1. 4편이야 시작부터 말이 안되기 때문에 제게는 3편이나 4편이나
비슷해 보이더군요.

2. 그런면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3. 분명히 2편이 먼저 들어왔는데, 저는 어느쪽을 먼저 봤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어짜피 두 개 모두 극장에서 보지는 않았거든요.

평범한시민님:그런 주장도 들었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님:가이버도 그랬던가요 ? 분명히 1편부터 본 것 같은데,
그게 2편이었던 걸까요 ?
Commented by rumic71 at 2005/10/19 08:39
저는 1탄을 더 좋아합니다만, 2탄도 걸작임에는 틀림없지요. 가이버의 경우에는 1탄과 2탄의 제목이 바뀌어서 나왔습니다. 잭 암스트롱과 마크 해밀이 출연하는 것이 1탄입니다.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6/04/22 19:36
rumic71님:1편에는 역시 1편의 맛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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